영화관같은 사운드로 무장하는 고급차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의 엔진, 변속기와 같은 핵심 부품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단순히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운전자 보조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고급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IHS Markit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은 2020년에 35조 원 규모였으며, 2032년에는 8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의 성장은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보급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라디오,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통해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차량 추종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고급화되면서 차 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급화에 힘 쏟으면서, 하이엔드급 오디오와 대형 스크린을 장착하는 등 차 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엔진음, 배기음 등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소음이 사라지기 때문에,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음향과 시각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아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 EV9에 브랜드 최초로 5.1채널 사운드시스템을 적용합니다. 5.1채널은 6개 채널(5채널+저주파 대역 1채널)을 사용하는 입체 음향 시스템으로, 주로 영화관이나 하이엔드 홈시어터에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EV9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모비스와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메리디안이 공동개발합니다. 메리디안은 DSP(디지털 신호를 기계장치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집적회로) 기술을 보유해 디지털 음향을 가장 아날로그답게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업체입니다.

차에 14개 스피커가 탑재돼 정교한 사운드 제어와 세밀한 음질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특히 차체 내부 탑승공간 전체를 스피커 울림통으로 설계해 다이내믹한 사운드 출력을 내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스피커 사이즈와 무게를 최소화해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깊고 풍부한 저음을 강조해준다"며 "내부 공간이 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이며 패밀리카를 표방하는 SUV인 EV9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습니다.

BMW는 대형 세단 7시리즈 뒷좌석에 31인치 화면을 장착했습니다. 이 화면은 최대 8K 해상도를 지원하며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상 회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벤츠의 대형 전기 세단 EQS는 운전석과 조수석 앞이 길이 141cm짜리 하이퍼 스크린 디스플레이(54인치)로 덮여 있습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총 3개로, 운전자는 이 화면으로 차량의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고, 조수석에선 사진, 영상을 보거나 스도쿠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신형 E클래스에는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술이 들어간 '수퍼스크린'이 탑재되었습니다. 운전자가 운전 중에 조수석 쪽으로 한눈을 팔면 이를 감지하여 경고의 의미로 조수석 앞 화면이 어두워지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더 뉴 E클래스에는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량 내부에 있는 음향 공명 변환기를 앰비언트 라이트와 연동하여 차량 내부 조명 변화를 통해 사운드를 시각화해줍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나오면 조명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흐르는 리듬에는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조명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고급화는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운전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고급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예로, 렉서스는 차량에 탑재되는 오디오 시스템을 미국 오디오 회사 마크 레빈슨과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차 내부 설계에 따라 2000여시간 이상 사운드 시스템을 체크하고, 원본 음악에서 보컬과 악기, 소리, 사운드 위치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해 분리·재구성 후 입체적 음장을 만들어냅니다.

볼보의 경우 상위트림 모델에 영국 바워스앤윌킨스(B&W)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재즈클럽 모드를 선택하면 전문 사운드 디자이너가 개발한 스웨덴 예테보리 네페르티티 재즈 클럽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 규모는 올해 264억달러(35조원)에서 오는 2032년 590억달러(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30년이 되면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재보다 약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